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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cm 절개로 허리 수술, 90대도 가능"… 회복 빠른 '척추 내시경 수술'이란?
허리 질환은 심한 통증과 함께 일상에 큰 불편을 초래하지만, 그에 비해 수술을 결심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 그중 대부분은 고령이거나, 수술을 어렵게 하는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다. 그런데 최근 '척추 내시경 수술'이 등장하면서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게 됐다. 정형외과 전문의 양일종 원장(의료법인양주예쓰병원)은 실제로 최근 시행한 90대 환자의 사례를 들며 "신경 마비로 잘 걷지 못하는 환자셨는데, 국소마취만으로 30분 정도 수술했더니 당일에 바로 통증이 조절됐고, 다음 날 잘 걷는 모습을 봤다. 의사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기존의 수술법이나 미세 현미경 수술보다도 더 정밀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고, 절개도 1cm 미만의 작은 구멍만으로도 가능해 회복도 더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양 원장에게 척추 내시경 수술의 수술 방법과 장단점, 유의 사항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기존 허리 수술과 어떻게 다른가요?
기존 수술과 척추 내시경의 가장 큰 차이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피부 절개 크기에서 차이가 납니다. 기존 수술은 10cm 이상 크게 절개해야 하고, 조금 발전한 미세 현미경 수술도 최소 3~4cm는 절개를 해야 합니다. 반면 척추 내시경 수술은 1cm 미만의 아주 작은 구멍 정도의 절개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합니다.
또 기존 개방 수술이나 미세 현미경 수술은 맨눈이나 광학 현미경으로 수술 부위 시야를 확보해야 했는데, 척추 내시경 수술은 조그마한 카메라를 통해 수술 시야를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화질, 고배율의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졌습니다.
척추 내시경 수술의 장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선 회복이 굉장히 빠릅니다. 말씀드렸듯이 1cm 미만의 구멍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손상되는 조직이 굉장히 적습니다. 뼈 절제를 최소로 하고, 연부 조직도 제거하면서 수술하는 게 아니라 그 틈 사이로 들어가 수술하기 때문에 회복 시간이 빠르고 재활치료도 더 빨리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술시간이 짧아진 것과 부분 마취로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또 고화질·고배율로 시야를 확보하기 때문에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습니다.
수술법에 한계점은 없나요? 척추 내시경 수술이 부적합한 경우는 없을까요?
장점이 더 많은 수술법이긴 합니다만, 경험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수술법이기 때문에 전문의들이 수술법을 배우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또, 척추 내시경 수술로 척추 측만증이나 후만증 같은 대수술을 하기에는 아직은 제한점이 있고, 척추 내시경 수술 중 출혈을 잡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출혈 소견이 있는 환자에게 시행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척추 내시경 수술에 특히 적합한 경우는 없을까요?
척추 내시경이 도입된 가장 큰 원인이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 최소한의 손상을 주면서 수술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추간판 탈출증 수술일 때 제일 적합합니다. 거의 흉터 없이 들어가서 탈출된 디스크 조각만 꺼내고 나오는 아주 간편한 수술입니다. 척추 협착증 수술에도 적합합니다. 황색 인대와 후궁을 최소한으로 절제해서 신경관을 넓혀줌으로써 신경 압박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질환이 아닌 환자의 상태를 기준으로 보면, 고령자나 마취가 어려운 환자에게도 좋습니다. 기존에는 고령이거나 특정 내과 질환이 있는 경우 수술이 어려웠지만, 척추 내시경 수술은 빠른 수술 시간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수술할 수 있어서 그런 분들도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심장질환, 폐 질환,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시도가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재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도 유용합니다. 기존 수술로 유착이 심한 환자를 절개 수술하면 출혈도 많고 정상 조직 손상도 많은데, 척추 내시경은 유착부위를 우회해서 들어가거나 직접 들어가더라도 손상이 적어 재수술에도 아주 유용합니다.
수술 후 질환 재발 가능성은 없을까요?
기존 수술의 디스크 재탈출 확률은 보통 20% 내외로 보고되고 있는데, 척추 내시경 수술도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직 관련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론적으로 정상 조직의 제거도 기존에 비해 덜하고, 골 감소도 더 적기 때문에 재발률이 더 낮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정상 조직 제거가 적기 때문에 척추가 흔들리는 불안정증이 생길 확률이 적고, 이에 따른 합병증도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재발률은 수술 종류나 방법보다는 수술 후 관리가 훨씬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환자들의 생활습관이나 직업, 수술 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질환 재발에 가장 중요한 인자입니다.
척추 내시경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던데요?
네, 같은 척추 내시경 수술이라도 과거에는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단방향 내시경'을 사용했습니다. 수술 시야와 기구가 항상 같이 움직여야 해서 빠르게 수술할 수 없고 수술 시야가 제한되는 부위가 필연적으로 생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개발된 '양방향 척추 내시경'은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다른 방향에서 들어가고 카메라를 따라 기구가 여러 방향을 동시에 보면서 수술이 가능해져 굉장히 유용합니다. 과거에는 디스크 수술과 협착증 수술만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추체와 추체 사이를 유합하는 것도 가능해져 척추 전방전위증 수술까지도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양방향 척추 내시경은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로, 학회를 통해 세계 많은 국가에 전파되고 있습니다. 각 나라 의사들도 한국에 와서 양방향 척추 내시경을 배우고, 한국 의사들이 외국에 가서 '라이브 서저리'를 하는 등 기술 전파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척추 내시경이 더 발전한다면요?
기구가 발전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까지는 하기 어려웠던 유합 수술이나 척추 변형에 대한 수술도 가능해질 겁니다. 또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기술도 결합되면 수술 정밀도가 극대화되어 척추 종양 수술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나아가서는 AI나 로봇과도 기술이 결합되어 실시간으로 병변을 제대로 분석하면서, 또 가장 안전한 경로를 안내받으면서 수술하는 등의 시대도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